현수는 수학시간에 선생님이 칠판에 쌍곡선 식을 쓰고 그대로 그려내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예술이야! 그런데 집에 가서 하면 아무래도 그림이 안 나온다. 예인은 연아 언니의 우아한 점프를 수 없이 봤는데 자기가 뛰면 번번이 엉덩방아다. 김 사장은 오바마 연설을 50번은 더 봤는데도 자신이 직원들에게 할 땐 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다.

현수도 머리 좋기로 소문난 학생이다. 예인은 머리도 좋고 몸도 날렵해서 피겨가 제격이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김 사장은 머리도 좋고 말도 잘하며 정말 체격 좋은 한국 신사다. 그런데 왜 안 될까? “백견이 불여일행((百見而 不如一行)”이란 말은 옛말이지만 아주 과학적이다. 백번을 봐도 한 번 마음을 담아 행동으로 해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왜 그럴까?

사람의 행동은 몸으로 하는 것, 머리로 하는 것, 머리와 몸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식으로 하는 경우가 다르다. 일단 사람의 행동이 무엇이든 기능(技能)이라고 한다. 수학 영어 국어는 머리로 해서 지적(知的)기능, 피겨 스케이팅은 몸으로 하니까 신체기능, 여러 사람 앞에서 설명하는 것은 사회기능이라고 한다. 말을 듣고 눈으로 보면 알 수는 있지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백견이 불여일행이다. 여기서 확실히 구분할 것이 있다. 즉 타고난 본능은 안 듣고 안 보고 연습 안 해도 잘 한다. 지구상에 키스를 가르치는 학교는 아무데도 없다. 그런데 잘 한다. 특히 어두운 데서는 더 잘 한다.

그런데 사람이 살려고 배우는 기능은 반드시 수많은 연습을 직접 해야 된다. 그래서 아는 지식과, 하는 기능을 구분해야 된다. 영수국은 지적기능이라 반드시 자기가 연습해야 된다. 대치동 명강사와 족집게 과외를 아무리 만나도 자기가 연습 안 하면 안 된다. 내가 먹어야 맛을 즐기고, 내가 먹은 것은 내가 싸야 되는 것과 같다. 수천억을 줘도 대신 못한다. 지식은 될 수도 있지만 기능은 절대 안 된다. 선생도 부모도 학생도 교육행정가도 국회의원을 비롯한 각종 의사결정권자도 제발 알고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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