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의사보다 손목시계가 먼저 안다

[노키아, 암세포 변화 수개월전 예측기술 개발.. 스마트워치에 적용] 
웨어러블 의료기기 시장규모 5兆
부정맥은 조끼가, 당뇨는 렌즈가, 뇌졸중 징후는 시곗줄로 진단 
걸치고 차면 오래 사는 세상 열려
"웨어러블 기기 사용하면 수명 6개월 연장"

노키아의 라지브 수리 CEO(최고경영자)는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향후 1~2년 안에 암 조기 진단이 가능한,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수리 CEO는 "몸에서 악성 종양이 생기는 바이오마커(몸 안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를 확인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며 "몸속 정상 세포들이 암세포로 변하는 것을 수개월 전 예측하는 웨어러블 기기 개발이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세계 휴대폰 시장 강자였던 노키아는 통신장비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서버 임대 서비스)로 전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콜레스트롤과 혈당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상용화도 앞두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조 기기에 머물렀던 웨어러블 기기가 '토털 헬스케어 의료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심박수·운동량을 측정하던 단순 기능에서 벗어나, 대형 병원에서나 가능했던 암이나 심장 부정맥·당뇨 등 각종 질환 진단을 환자 스스로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진단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으로 착용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해 자살까지 막아주는 웨어러블 기기도 나올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암과 같은 중병을 집에서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될 경우 헬스케어 산업이 의사·병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웨어러블 기기, 암·심장병도 잡아낸다

그동안 삼성전자·화웨이·애플·핏비트 등이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는 맥박이나 이동 거리, 운동량을 측정하는 기능이 대부분이었다. 스마트 워치에서 주요 기능도 아니었다. 하지만 생체 정보 진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소형 웨어러블 기기들이 고가의 진단 장비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세계 웨어러블 의료 기기 시장 규모가 2020년 46억달러(약 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의료기기 기업인 미국 메드트로닉은 심장 부정맥을 진단하는 조끼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해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그동안 부정맥은 병원에서 환자 가슴에 전극을 대고 전기를 가하는 방식으로 검사했다. 메드트로닉이 개발한 부정맥 진단 조끼에는 252개의 전극 센서가 탑재돼 있어 옷처럼 입어 수 분 만에 심방과 심실을 검사할 수 있다. 이 장비는 현재 미국 30여개 대형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미국 의료기기 업체 얼라이브코르도 지난해 12월 FDA로부터 심전도 검사가 가능한 스마트 워치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시곗줄에 부착된 센서에 엄지손가락을 대면 바로 심전도 측정이 된다. 심전도 검사를 수시로 해 심방세동을 조기 진단하면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혈당(血糖)·혈압 검사를 간소화하는 웨어러블 기기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구글은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와 함께 눈물 속 포도당을 수시로 체크해 당뇨 여부를 검사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있다. 일반 콘택트렌즈에 고성능 센서를 심어 당 농도를 재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박장웅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지난달 25일 눈물에서 포도당을 감지하면 LED(발광다이오드)가 켜지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를 통해 발표했다. 렌즈 센서가 눈물 속 포도당 농도에 따라 LED 밝기를 달리해 당뇨 여부를 알려준다. 애플은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에 혈당과 혈압을 수시로 체크해주는 기능을 탑재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 인공지능과 결합해 심리 파악까지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궁극 목표는 ‘AI와의 결합’이다. 생체 정보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생활 전반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를 도입해 착용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착용자가 심정지 등으로 갑자기 쓰러지거나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가까운 병원에 알리거나, 불안·우울증 등 감정 상태를 진단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자폐아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웨어러블 기기도 나올 전망이다. 글로벌 IT(정보기술)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AI 시스템의 발전으로 개인용 웨어러블 기기가 인간의 감정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3~4년 뒤에는 웨어러블 기기 덕분에 사용자의 수명이 평균 6개월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정훈 한양대 의대 교수는 “환자들이 매일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웨어러블 기기는 자칫 늦게 발견할 수 있는 질환을 조기에 찾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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