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규 없어 불법은 아냐..ICO 사실상 금지에 따른 부작용 커

지난해 9월 가상통화 공개(ICO) 전면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CO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는 해외기업들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전세계에서 ICO를 전면금지한 나라는 중국과 한국 두 곳 뿐이다.

지난해 9월 29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 회의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 위험 증가, 투기 수요 증가로 인한 시장과열 및 소비자 피해 확대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술·용어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발표 이후 당국의 제재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에선 ICO가 사실상 중단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CO를 불법으로 규정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관련 법규는 없기 때문에 법 밖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ICO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엄밀히 불법은 아니라고 하지만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기업 입장에선 사실상 금지로 받아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몇몇 소규모 ICO는 알음알음 이뤄지는 것으로 알지만, 제법 규모 있는 업체들의 경우 엄두를 못낸다"고 전했다.

◇벤처캐피탈 넘어 선 ICO…"ICO 허브되자" 발벗고 나선 해외

2억명의 사용자를 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지난 19일 사전 ICO로만 8억5000만달러(약 9083억원)를 유치했다. 이는 당초 목표 금액보다 1억5000만달러를 초과한 것으로 외신들은 텔래그램이 ICO를 통해 최대 20억달러(약 2조1590억원)을 모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 최대 규모 ICO였던 테조스(Tezos)가 모금한 2억3200만달러(약 2503억원)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ICO는 기업이나 단체가 가상통화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기업이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주식공개상장(IPO)과 비슷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는 IPO와 달리 ICO는 절차가 훨씬 간단하다. 또한 투자금을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로 받기 때문에 전세계를 상대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특히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신생 기업들이 ICO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벤처캐피탈(VC)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펀딩(=자금조달)이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코인데스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ICO를 통한 조달된 자금은 총 3억2700만달러(약 3516억원)으로 2억9500만달러(약 3172억원)를 기록한 VC 펀딩 규모를 뛰어넘었다.

주요 선진국들은 ICO 양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지난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싱가포르와 스위스는 ICO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두 국가는 ICO 육성을 통해 금융허브의 입지를 다진다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여전히 ICO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ICO를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노력은 이어가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ICO에 대해 현행 증권법을 적용해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금 조달 막히고 기술 지체…해외로 떠나는 'ICO 엑소더스'도

ICO 금지는 자금조달 뿐 아니라 신생 블록체인 기업의 출현을 막는 부작용도 있다. ICO를 통해 공개되는 가상통화에는 갖가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다. 예를들어 지난해 6월 처음 발행된 이오스(EOS)의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1,2세대 블록체인 기반 가상통화보다 뛰어난 거래처리 속도를 구현했다. 이외에도 기존 가상통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많은 기술이 적용됐다. 이처럼 ICO는 블록체인 신기술의 경쟁의 촉매제가 된다.

전면금지 조치가 'ICO 엑소더스'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내 가상통화 시장은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지만 지난해 금융위 발표 이후 국내서 대규모 ICO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 가상통화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금지한 상태는 아니라고 하지만 분위기상 국내서 ICO를 진행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요 기업들은 스위스나 싱가폴에서 ICO를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ICO를 빙자한 사기 범죄도 급증하면서 업계에선 전면금지가 아닌 제도화를 통해 부작용을 줄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ICO 설명회를 한다는 메일을 받고 참석해봤더니 주최하는 곳의 정체도 불분명했고, 가격 폭등만 약속하고 있었다"며 "ICO 사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 정비를 통해 양성화를 해야한다. 언제까지 금지만 할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를 중심으로 ICO 제도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단호하다. 23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ICO 관련 입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부는 논의한 바 없다"며 "지난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보출처 : http://v.media.daum.net/v/20180226070006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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