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있는 기업의 핵심가치는 무엇이 다를까
안철수연구소에는 핵심가치라는 것이 있다. 핵심가치란, 조직구성원들의 공통된 가치관이자 안랩인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로서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이 핵심가치는 어디서 저절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고, 없던 가치를 새로 만든 것도 아니며, 1995년 안랩이 창업한 뒤 5~6년의 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 배어있던 생각과 행동을 명문화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핵심가치를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닌 이미 내재되어 있던 가치들을 명문화했다는 사실이다.
2000년, 안철수사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안랩에 개인적인 기준이나 목표가 아닌 공통된 판단 기준이나 가치관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명, "안랩 핵심가치 제정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핵심가치 제정 프로젝트 - 노력과 약속
고민에 빠진 필자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안랩에서 발간한 ‘컴퓨터바이러스뉴스’라는 격월지를 조사했다. ‘컴퓨터바이러스뉴스’는 안랩이 유료고객들에게 우편으로 보내주었던 정보성 잡지로 과연 그동안 안랩이 고객들에게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자 했는지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조사 결과, 발간 이래 4년여의 기간동안 고객에게 전달한 잡지 안에는 '정직'이나 '성실'이란 단어는 거의 없었다. 대신, 안랩은 다른 표현으로 정직과 성실을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단어들은 한마디로 '노력'과 '약속'으로 함축될 수 있었고,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안랩인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할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직'이나 '성실'이라는 창업자의 가치관을 그동안 안랩에서는 '노력'과 '고객과의 약속'이라는 가치를 통하여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안랩에서 가장 중요시 여겨지는 ‘우리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한다.’는 존재의미에도 반영이 되어 핵심가치와 함께 존재의미도 명문화되었다.
세 가지 핵심가치
그렇게 1년여를 전 직원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여 명문화한 안랩의 핵심가치는 아래와 같다.
-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평소에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었던 것들이라 별도로 해야 할 일들은 없네!"
"많이 들어왔던 단어들인데 글로 표현할 필요까지 있었나?"
등 기존에 미리 몸에 배어있던 가치들이었기에 핵심가치들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새로 입사한 직원들은
"이건 무슨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단어들인데..."
"조금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지 않나?"
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1995년 안철수연구소 창립 이래 6년 동안 동고동락해왔던 조직원들이 마음속으로 깊이 공유해오며, 제품이나 서비스로 고객에게 전달했던 가치들이 글로 표현된 것임에 틀림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2001년부터 시작을 했으니, 어느새 핵심가치와 안랩이 인연을 맺은 것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모든 안랩인이 핵심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계속 지키고 있는 한 국내 최고 기업을 넘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일도 이제 머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