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여전히 어렵지만 비트코인은 다들 많이 들어보셨죠? 비트코인 가격이 4억원까지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거품이고 하루 빨리 빠져나오라는 조언도 있습니다.

다음 발표하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사실 군대에서 제대한지 얼마 안 됐습니다. 스물두살에 사업을 시작해서 서른한 살에 군대를 갔죠. 제대하고 나서 여러 사업 검토를 하다가 최근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는데요. 블록체인은 간단히 말하면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중개인을 없애는 거래 방식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오늘 표철민 대표를 모신 건 블록체인을 콘텐츠 산업에 적용할 수 있을까, 가능성을 여쭤보기 위해서입니다. 블록체인 세상이 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전망과 전략을 말씀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다음은 지난 8월31일 미디어오늘 주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의 “블록체인 혁명과 콘텐츠 비즈니스의 기회”이라는 발표 전문입니다.

(정리=넥스트저널리즘스쿨 김주영, 서지우, 신수아, 장단비. 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안녕하세요. 올해 초까지 군대에 있었던, 표철민입니다. 계속 인터넷 쪽에서 일하다가, 군대 다녀와서 무슨 일을 할까 고민했어요. 살펴보다가 너무 재밌는 기회인 것 같아서, 블록체인을 공부하다가 회사를 만들게 됐습니다. 블록체인은 사실 알고보면 쉬운 개념이더라고요. 블록체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드리고, 미디어에서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사례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비트코인은 다들 얘기 많이 들으셨죠. 가격이 많이 올라서 관심이 많으신데요.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하나의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2008년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일본 사람이 아니고, 그러니까 그룹일 수도 있고 개인일 수도 있거든요. 그 익명의 개발자가, 그동안 존재하던 여러 암호학과 관련된 기술들을 모아서 이중지급이 불가능한 전자 화폐 프로토콜을 만들어 띄웁니다.

이 분이 논문을 하나 잠깐 올려놓고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다 잠적하는데요. 그 논문이 혁신적이기 때문에 많은 관계자들이 붙어 개발을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채굴이 이뤄졌어요. 9년이 지난 지금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거의 글로벌하게 성장하게 됐습니다.

블록체인이 뭔지 제가 간단하게 비유를 드릴게요. 은행이 있잖아요. 은행은 거래내역을 은행 서버에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로 핵 전쟁이 나서 그 서버가 다 폭파됐다고 해볼까요. 물론 백업을 해놨을텐데, 그것까지도 전부 다 없어졌다면 우리 거래 내역이 없어질 수도 있잖아요. 은행을 믿고 돈을 넣어 놓은 건데.

그래서 은행의 고객이 100명이라고 치면, 그 100명의 고객의 모든 거래내역, 즉 내 거래내역과 99명의 거래내역을, 모두가 나눠서 가지고 있자는 개념이거든요. 그런데 분할해서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나도 100명, 너도 100명 해서, 똑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송금이 일어날 때마다 각각의 100명이 모두 다 나눠 가져야겠죠. 지난 10분이면 10분, 1분이면 1분의 거래내역을 싹 모아서 100명이 나눠 가질 겁니다. 서로 동기화를 해야만, 거래내역이 동일하게 유지되겠죠.

그러면 역시 극단적인 예로, 세계 전쟁이 일어나서 아시아 대륙이 다 폭파됐다, 그래서 30명이 다 죽었다, 또 극단적으로 미주 대륙이 다 날라갔다, 그래서 30명이 죽었다. 그래도, 마지막 아프리카 오지에 있던 한 명의 집에 100명의 지난 10년 간의 거래내역이 다 들어 있다면? 나중에 다른 대륙들이 복구됐을 때, 이 사람 집에서 다시 복사해오면 다 되찾을 수 있잖아요. 그게 블록체인입니다. ‘거래내역을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자’는 게 블록체인이에요.

그런 이슈가 제기될 수 있죠. 개인정보는 어떻게 할 거냐. 그래서 고객정보를 가지고 있진 않아요. 그냥 A의 잔액이 얼마고, B의 잔고가 얼마고, 그래서 A가 B에게 얼마를 보냈다. 모든 거래의 잔고내역과 송금내역만 가지고 있어요. A와 B가 누군진 몰라요. 원장이라고 하는데요. 거래원장을 분산해서 가지고 있어서 분산원장입니다.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만든 것 중에 하나가 비트코인인 거고요.


가장 먼저 성공적인 앱을 만든 사례가 비트코인일 수도 있어요. 2008년에 만들다보니, 시간이 한참 지났잖아요. 단점이 발견돼요. 처음 설계할 때만 해도 10분에 한 번씩만 거래내역을 모아서 모든 컴퓨터에 보내 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비트코인을 너무 많이 거래하면서 10분이 굉장히 느린 시간이 됐습니다. 은행에서 송금하면 1초도 안 걸리잖아요. 비트코인은 최소 10분 이상 걸리거든요. 수수료도 비쌉니다. 이렇게 많이 쓸 줄 몰랐던 거에요. 많이 쓸수록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리면, 수수료가 올라가게 돼 있거든요. 1000원 보내는데 수수료가 만원일 때도 있어요.

이런 단점을 보완하려는 시도가 계속 있었죠. 6년 후인 2014년, 이더리움이라는 새로운 블록체인 서비스가 나타납니다.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던 여러 단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했고요, 비트코인이 10분에 한번씩 모든 컴퓨터에 거래내역을 동일하게 보내주려고 하다보니까, 그걸 블록이라고 불렀어요. 블록은 10분간 거래내역을 싹 다 모은 거에요. 블록 사이즈를 1MB로 제한해 놓았어요. 너무 크면, 전 세계 컴퓨터가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우니까, 아주 작게 설계했거든요. 근데 1MB 안에 못 담는 거에요. 거래가 너무 많아서요. 이더리움은 블록사이즈를 무제한으로 늘렸습니다. 블록 사이즈가 어떨 땐 1MB고, 어떨 땐 10MB고. 굉장히 동적으로 늘어나게 해 놨고요.

비트코인은 채굴이 끝나도 2100만 개밖에 안 돼요. 그러다보니 연일 가격이 오르는 거에요. 추가 생산이 안돼요. 무조건 처음 설계자가 고정해놨습니다. 지금 시장에 풀려 있는 건 1650만 개 정도고. 채굴이 끝나면 총량이 멈춥니다. 그러다 보니 유통량이 떨어지겠죠. 비트코인은 대부분 가지고 있고 시장에 잘 안 팔거든요. 그러면 가격이 올라요. 이더리움은 총량을 확 늘렸어요. 블럭 사이즈를 늘리고, 체결시간을 그 전엔 10분이었는데 빠르면 10초 안에도 되도록 줄여 놓았습니다.


사실 가장 큰 차이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이라 불리는 새로운 기능이에요. 비트코인은 별 기능이 없거든요. 그냥 A가 B에게 돈 쏴줄 수 있는 그 정돈데.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는 A와 B간의 사적 금적 계약을 코딩에 넣어서, 자동 강제실행으로 할 수 있어요. 이게 얼마나 중요한 변화냐면, 누구나 사설 금융사를 만들 수 있단 겁니다.

예를 들어 내일 아침 서울 강수량이 10ml 이상일 때, 5억원을 지급한다는 보험 계약이 있어요. 그 대신 지금 100달러를 내야 해요. 100달러를 내면, 강수량 10ml면 5억원 줄게. 내일 기상청 예보를 보니까 해가 쨍쨍해요. 비올 강수확률 제로. 걸어볼만 하죠? 누군가가 걸었다 치고. 근데 어이없게 비가 왔다. 보험에선 누군가가 변심하면 안 되잖아요. 그 계약에서 양쪽의 계좌를 담보로 겁니다. 9시 땡 치자마자 기상청을 확인해서 11ml면, 5억원이 자동이체가 돼요. 거기선 어떤 변심도 불가능합니다.

기존 금융이 장악하던 신뢰의 중개를 이제는 기계가 하게 된 거에요. 그런 혁신적인 변화가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입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상상력이 뻗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사설 은행을 만들어서 예대 마진을 걸어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스포츠 베팅을 할 수도 있겠다. 내일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베팅하는 스포츠토토를 사설로 만들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이더리움이 등장 3년만에 비트코인을 위협할 정도로 시가총액이 확 올라갑니다. 올초부터 이더리움 가격이 올라간 게 사실은 스마트 컨트랙트 때문이고요.

그런 몇몇 사례들이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게 비행기 연착보험이에요. 사보험이죠. 비행기가 자주 연착되잖아요. 예정된 이착륙보다 30분 이상 늦어지면, 보험금을 이체해주는 앱입니다. 당연히 누구나 한 번쯤 베팅을 해보고 싶잖아요. 지금 보험사가 제공하지 ‘않는’ 보험을 개발자가 누구나 만들어서 띄어놓을 수 있거든요. 상품이 다양해질 수 있죠.

폴리비어스라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건데요. 아, 암호화폐가 가상화폐에요. 똑같은 말이에요. 암호화폐가 전문적인 이 업계 용어입니다. 암호화폐를 이용해서 예대마진을 하겠다는 사설 은행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입니다. 가능한 게, 스마트 컨트랙트로 대출을 해주면서 담보를 걸 수 있어요. 만약에 빌려간 돈 안 갚으면 담보로 잡은 걸 계약으로 몰수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이더리움 기반의 렌딩, 대출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D-앱을 블록체인에 띄어놓은 거에요. 앱을 모바일에서 쓰면 어딘가 서버에서 데이터가 날라올 거 아니에요. 블록체인, 이더리움이 재밌는 게, 앱을 만들어서 블록체인에 띄울 수 있는데 서버가 필요 없습니다. 그 채굴에 참여하는 여러 노드들이 원장을 분산해서 가지고 있다 했잖아요. 그 분산해서 네트워크에 붙어 있는 컴퓨터들이 우리 앱을 대신 서비스 하는 사람들인거에요. 앱의 기능은 스마트컨트랙트해서 A와 B의 금전계약을 자동화할 수 있는 거에요. 이런 여런 D-앱들이 개발 중이에요.


엣지리스(Edgeless)는 목표가 그거에요. 투명한 카지노를 만들겠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다 오픈 소스거든요. 숨길 수가 없어요. 원래 게임을 베팅하면 중간에서 하우스 마진 먹고, 사기 치고 하잖아요. 이건 다 오픈 소스라, 룰렛을 돌리면 실제 사기가 아니란 걸 누구나 볼 수 있고, 하우스 피는 아주 작아요. 기꺼이 믿고 베팅할 수 있는 프로젝트고요.

이더리움에서 이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이용해서 NPO(비정부기구)에서 쓰기도 합니다. 세계식량기구가 기부를 하면, 기부금의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실제로 기부한 만큼 수혜자에게 안 간다고 한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수혜자가 돈으로 주면 돈으로 음식 사고 해야 하는데, 모여서 도박하다다 잃고 이런 경우가 워낙 많았대요. 세계식량기구가 고민하다가 돈으로 주지말고 이더리움으로 주자. 근데 저 오지에서 이더리움을 쓸 데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박스칸에다 이더리움 전용 슈퍼마켓을 차려놓고, 이 돈은 반드시 거기에 가면 음식으로만 살 수 있게, ‘합목적적’으로 쓰이도록 설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굉장히 성공했고요.

기존 금융이 하던 영역을 하나씩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외환시장도, 카드도. 암호화폐를 사실 현실세계에서 쓸 데가 없잖아요.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가지고 있으면 비자나 마스터 등 모든 가맹점에서 긁으면 비트코인으로 자동으로 환전돼서 순간 결제되는 거죠. 암호화폐를 가진 사람도 현실세계에서 얼마든지 결제할 수 있게 매개해주는 서비스에요.

계모임을 스마트 컨트랙트로 하겠다는 곳도 있어요. 후진국일수록 계모임이 활성화 되어 있대요. 꼭 계주가 돈을 먹고 나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컨트랙트으로 서로 묶는 거에요.


미디어 지평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사실 아직 바꾸진 못하지만, 재밌는 실험이 있어요. 스팀(steem)이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블로그 플랫폼인데요. 블로깅을 하면 추천을 해요. 추천을 하면 돈을 법니다. 돈이 진짜 달러가 아니라 스팀 코인이에요. 저는 그냥 글만 쓰면 30달러는 그냥 벌거든요. 네이버에 블로그 쓰면 절대 3만원씩 못 벌잖아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광고주가 돈을 주는 줄 알았어요. 블록체인이니까 중간 마진 없이 광고주 돈을 그대로 블로거에게 주는 거다 생각했는데, 더 어처구니 없는게, 그냥 자기가 돈을 찍어서 주는 거에요. 일주일에 200만개의 스팀 코인이 발행되도록 설계 돼 있는데, 일주일 간 추천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200만 개를 N빵해서 나눠 가져요. 그럼 무가치하잖아요. 근데 황당한 게 스팀코인이 거래소에서 계속 거래되고 있어요.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고요.


스팀 코인이 실제 거래되고 있는 건데요. 천천히 올라요. 반드시 1달러보다 높게 설정되어 있어요. 그 것보다 떨어지면 블록체인이 사주거든요. 1달러보다 높다는 게 믿음이 가니까 여기다 글을 쓰는 거에요. 실제로 블로그 플랫폼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여기 보시면 글 하나당 500달러, 300달러 이렇게 벌거든요. 한글로 쓰면 이렇게 많이 안 나오고요. 영어로 써야 됩니다. (웃음) 이 분은 중국계 미국인인 것 같은데 스팀으로 세계 여행을 다녀요. 글 하나 올리면 무조건 500불 넘게 벌거든요. 이걸로 1년이 넘도록 세계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웹툰 작가들도 여기로 넘어와서 활동하고 있어요. 웹툰 무료고 파는 게 아닌데도 글 하나 당 돈 벌거든요. 세계여행 다니는 사람의 잔고가 10만불이 넘어요. 이게 다른 사람 잔고도 다 볼 수 있어요. 미국에서 만든 스팀이란 걸 그대로 복붙해서 중국에서도 똑같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레스원(Press 1)이라고요. 프레스원도 72시간만에 투자금을 1억 달러 넘게 모았습니다. 내년 정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재밌는 게 화폐 주조권이 민간에게 넘어온 거에요. 블록체인을 쓰면 총량을 계속 찍어낼 수 없거든요. 약속한 만큼만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킬 수 있어요. 컨트랙트를 올려놓으면 그 후엔 변심이 불가능해요. 이 코인이 처음에 무가치하지만 누군가 쓰기로 약속하고, 유통이 일어나면 가치가 생기거든요. 그게 바로 스팀의 사례에요. 기존엔 반드시 원화로만 뭘 해야 했는데, 특정 지역사회, 회사, 동아리, 친구들끼리 통용되는 우리만의 돈을 누구나 설계해서 만들 수 있는거다. 그 돈이 우리가 설계한 생태계 안에서 돌고 돌면 가치가 생성되는 거죠.

예를 들면 성남시가 청년수당을 주잖아요. 성남에서 돈 받아서 서울 강남역에서 술 먹을 수 있잖아요. 성남시에선 안 좋은 일인데, 만약 성남 코인을 개발해서, 성남 시장 재래시장에서만 소비하게 할 수 있어요. 지역사회 경제가 돌고 돌게 만들 수 있어요. 우리 공동체만의 화폐를 블록체인을 가지고 만들 수 있어요.

지금도 투기는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러나 이 투기가 꺼지고 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암호화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블록체인이 완벽히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만의 돈을 안전하게 만들어서 유통시킬 수 있는 기술인거죠. 해킹도 많긴 합니다. 블록체인의 문제라기보다, 그걸 쓰는 앱 보안에 허점이 많은 문제인 건데요. 인터넷 초기에 개인정보 털리고 그런 거 많았잖아요. 그래서 개인정보보호법이 생기면서 점점 제도가 개선된 것처럼,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초기라 할 수 있어요. 당연히 사고가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5년, 10년 뒤엔 훨씬 더 안전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쓰고 있을 겁니다.

정보출처 : http://www.mediax.kr/?p=597

인공 지능과 머신 러닝, 딥 러닝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세기의 바둑대전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 프로그램이 한국의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 알파고의 승리 배경을 논할 때 인공 지능과 머신 러닝, 딥 러닝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 혼란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셨을텐데요^^

오늘은 이러한 세가지 개념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개념의 관계를 가장 쉽게 파악하는 방법은 세 개의 동심원을 상상하는 것입니다. 인공 지능이 가장 큰 원이고, 그 다음이 머신 러닝이며, 현재의 인공지능 붐을 주도하는 딥 러닝이 가장 작은 원이라 할 수 있죠.


인공지능 기술의 탄생 및 성장

인공 지능이라는 개념은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 있던 존 매카시 교수가 개최한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특히 2015년 이후 신속하고 강력한 병렬 처리 성능을 제공하는 GPU의 도입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죠. 갈수록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저장 용량과 이미지, 텍스트, 매핑 데이터 등 모든 영역의 데이터가 범람하게 된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도 이러한 성장세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공 지능: 인간의 지능을 기계로 구현하다


1956년 당시 인공 지능의 선구자들이 꿈꾼 것은 최종적으로 인간의 지능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복잡한 컴퓨터를 제작하는 것이었죠. 이렇듯 인간의 감각, 사고력을 지닌 채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 지능을 ‘일반 AI(General AI)’라고 하지만, 현재의 기술 발전 수준에서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은 ‘좁은 AI(Narrow AI)’의 개념에 포함됩니다. 좁은 AI는 소셜 미디어의 이미지 분류 서비스나 얼굴 인식 기능 등과 같이 특정 작업을 인간 이상의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머신 러닝: 인공 지능을 구현하는 구체적 접근 방식


머신 러닝은 메일함의 스팸을 자동으로 걸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편, 머신 러닝은 기본적으로 알고리즘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분석을 통해 학습하며,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판단이나 예측을 합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의사 결정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소프트웨어에 직접 코딩해 넣는 것이 아닌, 대량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컴퓨터 그 자체를 ‘학습’시켜 작업 수행 방법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한답니다.

머신 러닝은 초기 인공 지능 연구자들이 직접 제창한 개념에서 나온 것이며, 알고리즘 방식에는 의사 결정 트리 학습, 귀납 논리 프로그래밍, 클러스터링, 강화 학습, 베이지안(Bayesian) 네트워크 등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것도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는 일반 AI를 달성하진 못했으며, 초기의 머신 러닝 접근 방식으로는 좁은 AI조차 완성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죠.

현재 머신 러닝은 컴퓨터 비전 등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뤄내고 있으나, 구체적인 지침이 아니더라도 인공 지능을 구현하는 과정 전반에 일정량의 코딩 작업이 수반된다는 한계점에 봉착하기도 했는데요. 가령 머신 러닝 시스템을 기반으로 정지 표지판의 이미지를 인식할 경우, 개발자는 물체의 시작과 끝 부분을 프로그램으로 식별하는 경계 감지 필터, 물체의 면을 확인하는 형상 감지, ‘S-T-O-P’와 같은 문자를 인식하는 분류기 등을 직접 코딩으로 제작해야 합니다. 이처럼 머신 러닝은 ‘코딩’된 분류기로부터 이미지를 인식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정지 표지판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답니다.

머신 러닝의 이미지 인식률은 상용화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구현하지만, 안개가 끼거나 나무에 가려서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는 특정 상황에서는 이미지 인식률이 떨어지기도 한답니다. 최근까지 컴퓨터 비전과 이미지 인식이 인간의 수준으로 올라오지 못한 이유는 이 같은 인식률 문제와 잦은 오류 때문이죠.

딥 러닝: 완전한 머신 러닝을 실현하는 기술


초기 머신 러닝 연구자들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알고리즘인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에 영감을 준 것은 인간의 뇌가 지닌 생물학적 특성, 특히 뉴런의 연결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근접한 어떤 뉴런이든 상호 연결이 가능한 뇌와는 달리, 인공 신경망은 레이어 연결 및 데이터 전파 방향이 일정합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를 수많은 타일로 잘라 신경망의 첫 번째 레이어에 입력하면, 그 뉴런들은 데이터를 다음 레이어로 전달하는 과정을 마지막 레이어에서 최종 출력이 생성될 때까지 반복합니다. 그리고 각 뉴런에는 수행하는 작업을 기준으로 입력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가중치가 할당되며, 그 후 가중치를 모두 합산해 최종 출력이 결정됩니다.

정지 표지판의 경우, 팔각형 모양, 붉은 색상, 표시 문자, 크기, 움직임 여부 등 그 이미지의 특성이 잘게 잘려 뉴런에서 ‘검사’되며, 신경망의 임무는 이것이 정지 표지판인지 여부를 식별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충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중치에 따라 결과를 예측하는 ‘확률 벡터(probability vector)’가 활용되죠.

딥 러닝은 인공신경망에서 발전한 형태의 인공 지능으로, 뇌의 뉴런과 유사한 정보 입출력 계층을 활용해 데이터를 학습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신경망조차 굉장한 양의 연산을 필요로 하는 탓에 딥 러닝의 상용화는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죠. 그럼에도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 연구팀과 같은 일부 기관에서는 연구를 지속했고,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딥 러닝 개념을 증명하는 알고리즘을 병렬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병렬 연산에 최적화된 GPU의 등장은 신경망의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가속하며 진정한 딥 러닝 기반 인공 지능의 등장을 불러왔죠.

신경망 네트워크는 ‘학습’ 과정에서 수많은 오답을 낼 가능성이 큽니다. 정지 표지판의 예로 돌아가서, 기상 상태, 밤낮의 변화에 관계 없이 항상 정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뉴런 입력의 가중치를 조정하려면 수백, 수천, 어쩌면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학습해야 할지도 모르죠. 이 정도 수준의 정확도에 이르러서야 신경망이 정지 표지판을 제대로 학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2년, 구글과 스탠퍼드대 앤드류 응(Andrew NG) 교수는 1만6,000개의 컴퓨터로 약 10억 개 이상의 신경망으로 이뤄진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을 구현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튜브에서 이미지 1,000만 개를 뽑아 분석한 뒤, 컴퓨터가 사람과 고양이 사진을 분류하도록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컴퓨터가 영상에 나온 고양이의 형태와 생김새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스스로 학습하게 한 것이죠.

딥 러닝으로 훈련된 시스템의 이미지 인식 능력은 이미 인간을 앞서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딥 러닝의 영역에는 혈액의 암세포, MRI 스캔에서의 종양 식별 능력 등이 포함됩니다. 구글의 알파고는 바둑의 기초를 배우고, 자신과 같은 AI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대국을 벌이는 과정에서 그 신경망을 더욱 강화해 나갔습니다.

딥 러닝으로 밝은 미래를 꿈꾸는 인공 지능

딥 러닝의 등장으로 인해 머신 러닝의 실용성은 강화됐고, 인공 지능의 영역은 확장됐죠. 딥 러닝은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지원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작업을 세분화합니다. 운전자 없는 자동차, 더 나은 예방 의학, 더 정확한 영화 추천 등 딥 러닝 기반의 기술들은 우리 일상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거나, 실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딥 러닝은 공상과학에서 등장했던 일반 AI를 실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인공 지능의 현재이자, 미래로 평가 받고 있답니다.

정보출처 : http://blogs.nvidia.co.kr/2016/08/03/difference_ai_learning_machinelearning/

"비트코인은 하도 시끄러워서 익숙한데 블록체인은 대체 뭔가요?"

"블록체인이 지구를 혁파한다던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죠?"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 나섰는데 블록체인은 괜찮나요?"

"비트코인 막으면서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시키겠다는 건 자전거는 타지만 페달은 밟지 않겠다는 거 아닌가요?"

"이제는 블록체인 시대네요.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빙산의 일부라던데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블록체인에 관한 코멘트 중 일부다. 2017년 불어닥친 비트코인 열풍이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구체적으로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논의는 미흡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블록체인이란 무엇이고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스토리로 구성했다(이 글은 상.하편으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블록체인 도대체 누구냐 넌?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는 오대수 씨(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을 패러디했다). 그는 무려 15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흘러버린 세월이 억울한 오씨는 '인생 한 방'을 노리고 카지노에 간다. 세상은 베팅 잘 해서 많이 따는 놈이 다 가져가는 도박판이라고 생각하던 오씨는 어쩌면 자신에게도 운이 찾아올 때가 됐다고 믿는다. 삶이 팍팍해서인지 한국인들은 특히 베팅에 강하다. 오씨도 그렇다.

오대수 씨는 포커게임을 하려고 한다. 테이블에는 오씨를 포함해 5명이 앉았다. 그중 타짜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고, 조폭처럼 보이는 남자도 있다. 누가 어떤 사기를 치는지 알 수 없고, 알 방법도 없다. 하우스가 잘 관리해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딜러가 패를 돌린다. 딜러는 카드를 나눠주면서 꽤 많은 수수료를 받아간다.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억울한 기분이다.

카지노에서 오씨가 돈을 딸 확률은 이론적으로는 포커 참가자 수에 반비례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돈을 벌 확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 왜? 오대수 씨는 호구니까. 주위엔 사기꾼이 득시글하니까.

돈을 거의 다 잃은 오대수 씨는 남은 돈을 들고 옆 카지노로 간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간판이 붙어 있다. "블록체인? 카지노 이름 한 번 특이하네."

오씨는 일단 칩부터 바꾼다. 칩에는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이곳이 다른 카지노와 다른 점은 카드를 돌리는 딜러가 없다는 것이다. 수수료를 뜯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좋았지만 오대수 씨는 궁금했다. 도대체 게임을 어떻게 하지?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자 궁금해할 필요가 없었다. 다들 각자 알아서 패를 내고 게임을 하면 됐으니까. 오씨는 포커판에 굳이 딜러가 필요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오대수 씨가 카드를 낸다. 테이블에 앉은 다른 네 명도 카드를 낸다. 그 내역을 장부에 적는다. 그렇게 10분 동안 적은 장부를 하나의 블록에 묶어 인원별로 복사해 나눠 갖는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각자 갖고 있는 블록들이 쌓인다. 그걸 묶은 것을 사람들은 '블록체인'이라고 부른다.

게임이 진행되는데 뭔가 이상하다. 갑자기 타짜가 일어나 소리친다. "다들 스톱, 어이, 거기 오대수 씨, 지금 밑장 빼기냐? 당신이 사기쳤다는데 손모가지 하나를 건다. 넌 뭘 걸래?"

오씨는 억울하다.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다섯 명이 일제히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장부를 꺼내 비교해본다. 카드 한 장이 비었다. 범인은 오대수 씨가 아니라 타짜다. 이제 타짜를 제거하고 다른 네 명이서 카드를 돌리기 시작한다. 과정이 투명해지자 오대수 씨가 돈을 딸 확률은 확실히 높아졌고, 사기당할 확률은 현저히 줄었다. 오씨는 즐겁게 포커를 치면서 블록체인의 위력을 실감한다. 오늘은 왠지 대박을 터뜨릴 것만 같다.

◆블록체인은 한 마디로 '직거래'

블록체인은 '직거래'다. 중개자를 없애고 공급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주는 기술이다. 수수료를 과도하게 떼어가는 은행, 품질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우리가 낸 세금을 낭비하는 정부를 대체하고 직거래를 가능하게 해줄 기술이다. '비즈니스 블록체인'의 저자 윌리엄 무가야는 "그동안 우리가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한 나머지 그들이 믿음을 저버리는 경우에도 관용을 베풀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누가 중개자 역할을 대신할까? 컴퓨터다. 이를 '스마트 컨트랙트'라고 한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있으면 밑장 빼기는 불가능하다. 계모임에서 계주가 먹고 튈까봐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살펴본다.

블록체인에는 중앙서버가 없다. 장부를 중앙서버에 보관하지 않는다. 대신 참여자들의 수만큼 똑같은 장부를 만들어 나눠 갖는다. 디지털에서 어차피 원본과 복제본의 구분은 의미 없다. 개개인의 컴퓨터가 모두 서버 역할을 한다.

그 전까지 보안이 어떻게 하면 해커가 중앙서버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을까 하는 방화벽 개념이었다면 블록체인은 역발상이다. 데이터를 암호화해 지구촌 80억명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준다. 80억개를 다 바꾸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슈퍼컴퓨터 중 절반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혹시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라면 해킹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블록체인의 시초인 비트코인이 탄생한 2009년 이래 아직까지 비트코인은 단 한번도 해킹당하지 않았다(최근 비트코인도 해킹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지갑, 거래소 등 주변 시스템이 뚫린 것으로 보인다).

보안이 거의 완벽하다는 장점 외에 블록체인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생산성이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신소재 등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데 중앙처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분산 처리에 효과적이기에 다양한 산업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이 인공지능과 결합하면 막강해진다. 바둑의 '고'를 떼어내고 장기, 체스 등도 마스터한 구글의 '알파 제로'에서 보듯 인공지능은 다양한 유형의 많은 데이터가 주어질수록 여러 가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때 블록체인은 인공지능에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저장소 역할을 해준다.

반대로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 극복은 인공지능이 도와줄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에 인공지능의 머신러닝을 적용하면 블록체인은 스스로 더 똑똑해진다. 블록체인이 알아서 상황에 맞는 '똑똑한 계약'을 학습해 제안하고 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인공지능에 고품질 데이터를 제공하고, 인공지능은 블록체인을 더 똑똑하게 만들어준다.

◆블록체인의 막강 기술 '스마트 컨트랙트'

블록체인이 세상을 뒤흔들 혁신적인 기술로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 컨트랙트' 덕분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모든 계약의 중개자 역할을 대신한다. 딜러, 중개, 보증, 공증, 에스크로, 리스크 헤지 등 A와 B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모든 기능을 블록체인에선 스마트 컨트랙트가 대체한다.

스마트 컨트랙트란 한 마디로 '자동화된 실행 규약'이다. 오대수 씨와 타짜가 단둘이 게임을 하게 된 상황을 가정해 보자. 두 사람은 서로를 믿지 못하기에 사전 계약서를 작성할 것이다. "만약 오대수 씨가 이기면 타짜는 가진 돈을 다 내놓고, 타짜가 이기면 오씨는 손모가지를 내놓는다." 이런 계약을 작성했다면 계약대로 집행되는지 확인해줄 중재자가 필요한데 현실에서라면 그런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판이 커지는 만큼 수수료를 두둑히 떼어가려 할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컴퓨터엔 자비가 없다. 계약이 컴퓨터 코드로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지정된 조건이 완료되면 무조건 실행된다. 스마트 컨트랙트하에서는 게임을 하는 내내 오씨는 손목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의 원리는 1994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닉 재보가 처음 제안했다. 모든 참여자가 계약 조건에 동의하고, 자동적으로 실행될 것을 신뢰할 수 있으며, 오류나 조작 위험이 거의 없는 계약의 실행을 설계한 것이다. 당시엔 기술 장벽으로 인해 개념상으로만 존재하다가 블록체인에 도입되며 빛을 발하고 있다.

최초의 스마트 컨트랙트는 '비트코인 스크립트'다. "보유한 비트코인의 잔액이 정확하고, 보낸 사람의 서명이 정확하면 거래를 정상으로 간주한다"는 계약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스크립트는 오직 거래 내역과 잔고만 저장한다는 한계가 있다.

2014년 탄생한 이더리움은 이 한계를 극복하고 스마트 컨트랙트에 다양한 상태값을 저장한다. 이더리움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강화한 덕분에 블록체인은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을 슈퍼컴퓨터에 준하는 강력한 컴퓨팅 환경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 바로 스마트 컨트랙트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차이

올해는 나카모토 사토시가 2008년 비트코인에 관한 논문(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https://bitcoin.org/bitcoin.pdf)을 통해 블록체인의 개념을 정립한지 10년째 되는 해다. 지난 10년 동안 블록체인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해왔다. 블록체인의 현재까지 발전 단계를 단순화하면 2009년 탄생한 비트코인은 1세대, 2014년 나온 이더리움은 2세대로 볼 수 있다(최근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로 급부상한 '리플'은 기술발전보다는 블록체인 기술과 기존 중앙집권형 시스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몸값이 오른 경우다).

비트코인에 비해 이더리움은 블록에 담기는 데이터의 양과 질, 처리방식 면에서 퀀텀 점프했다. 비트코인의 블록에는 거래 내역과 잔고만 저장된다. 한 블록의 크기는 1MB로 제한되어 있고, 10분에 한 번씩 블록을 체인으로 묶어 저장한다. '작업 증명(Proof of Work)' 알고리즘을 채택해 참가자 수와 작업량에 따라 블록을 생성하는데 에너지 소모량이 많고 속도가 느리다.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금융거래 수단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많은 구조다.

반면 이더리움은 거래 내역 외에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와 실행 이력도 기록한다. 비트코인이 거래 내역이라는 하나의 스마트 컨트랙트(비트코인 스크립트)만 실행하는 반면,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 자체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하다. 한 블록의 크기는 무제한이고, 10초에 한 번씩 저장한다. 비트코인과 달리 '지분 증명(Proof of Stake)' 방식을 채택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는데 이는 지분(통화)을 많이 소유한 참가자를 우대하는 방식이다. 많이 가진 자일수록 시스템 신뢰성을 손상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더리움을 만든 러시아 출신 캐나다 해커 비탈릭 부테린은 자신의 목표를 "이더리움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스위스에 이더리움 재단을 세우고 누구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소스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왜 암호화폐로 시작했나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통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구체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의 놀라운 급등이 시선을 잡아끌었고, 이것이 블록체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비트코인은 특히 한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지난 12월 6일 블룸버그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21%가 원화로 결제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 유독 한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비트코인 열풍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출구 없는 헬조선이 만든 한탕주의" "한국인 특유의 동조심리와 집단주의적 성향"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평창 롱패딩 줄서기에서 보듯 대도시에 모여 살며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리는 소외되는 것을 싫어하고 이것이 비트코인 광풍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당장 구글에서 'bitcoin'을 검색하면 2억9900만개의 검색 결과가 나오는데 이는 'donald trump'를 검색한 결과인 2억3200만개를 능가하는 수치다.

세상에 없던 것이 대중화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거품이 필요하다.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 신드롬과 함께 몸값을 올렸고,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으면 소외되는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강남에 고층빌딩이 들어서는 이면에는 맹목적인 투기 수요가 있었고, 경리단길, 망리단길 등 골목길이 뜨는 것은 그쪽으로 사람과 돈이 쏠리기 때문이다. 또 스타벅스가 유독 한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데에는 순식간에 일어난 커피 붐이 한몫했다.

거품경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거대한 버블이 지나간 이후엔 늘 세상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한 번 쏘아올려진 버블이라는 엔트로피는 절대 역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버블이 꺼질 때쯤 엔트로피는 탈출구를 찾는데 그 탈출구의 바깥에는 언제나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은 중상주의 시대를 끝내고 자본주의 시대를 열었고, 18세기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은 프랑스대혁명을 촉발했으며, 19세기 말 미국의 골드러시는 미국 서부의 눈부신 발전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자산 거품은 무기력한 '잃어버린 10년' 세대 출현의 원인이 됐고, 20세기말 닷컴 버블은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연결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버블 현상을 우려하면서도 비트코인이 상징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인터넷에 버금가는 혹은 인터넷을 능가하는 세상을 바꿀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야후 전 부회장 살림 이스마엘은 "블록체인은 여태껏 본 것 중 가장 파괴적"이라고 말했고, 오버스톡 CEO 패트릭 M 번은 "향후 10년 동안 블록체인은 인터넷이 했던 것만큼 심각하게 수십 개의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대중화의 출발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새로운 개념의 '화폐'인 것은 화폐(돈)야말로 우리에게 피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돈'은 인체의 혈액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고 순환되어야 인간이 비로소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은 돈이 공급되고 유통되어야 돌아간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통해 일단 세상에 혈액을 공급한 것이다.

세상을 바꾸려면 돈(자본)의 공급과 유통 중 적어도 한 가지를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혁신적이라고 일컬어진 기술은 대부분 자본의 유통만 바꿨다.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꾼 인터넷마저도 그랬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바꾸려 한다. 지금까지 돈을 생산하는 주체는 국가가 보증하는 중앙은행 혹은 (미국의 경우) 국가의 입김하에 놓인 연방준비은행인데 블록체인은 이런 제도를 대체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사실 역사적으로 중앙은행이 탄생한 것은 300년이 채 되지 않을 만큼 짧다. 우리가 화폐라 부르는 종이지폐나 동전 역시 결국 따지고 보면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가 없는, 국가가 인증해준 가상화폐일 뿐이다. 언제 대체돼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인터넷 보급 초창기에는 간단한 이메일 전송만으로도 세상이 떠들썩했다. 지금 인터넷이 모든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침투해 인터넷 없이는 더 이상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가 된 것을 보면 그때 호들갑이 머쓱해질 정도다. 블록체인 초기 단계인 지금, 비트코인이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다.

◆누구나 코인을 만들 수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탈중앙화다. 모든 참가자들이 N분의 1만큼의 권리와 의무와 책임을 진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처럼 혁신적인 암호화폐가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지만 사실 이런 코인을 오대수 씨라고 못 만들라는 법은 없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게 블록체인이다.

"까짓거 나도 암호화폐 하나 만들어서 세상을 바꿔봐?" 오대수 씨 같은 사람들이 늘면서 세상에는 벌써 1300종 이상의 암호화폐가 나와 있다. 이더리움은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쉽게 발급할 수 있는 플랫폼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토큰만 무려 1만2000종 이상이다.

암호화폐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투자자에게 비트코인이나 이더 등 기존의 암호화폐를 지급하고,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급해 제공하면 끝이다. 이 과정을 ICO(Initial Coin Offering)라고 한다.

ICO는 비상장 기업이 주식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떠올리게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다르다. ICO는 투자은행과 증권회사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투자자에게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며, 공시 의무도 없고, 기업 실적을 공개할 필요도 없다. 투자자는 지분이나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한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전혀 없는 셈이다. ICO는 IPO보다는 차라리 크라우드펀딩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의 ICO는 코인을 '판매'한다고 하지 않고 '기부(Contribution)'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더리움 플랫폼 기반 암호화폐는 'ERC-20 토큰'(ERC-20은 Ethereum Request for Comment 20의 약자로 이더리움 네트워크 표준을 의미)이라 불리는데 누구나 자기 토큰을 만들고 이더리움 전자지갑을 통해 주고받을 수 있다. 까다로운 거래 검증(채굴) 과정을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대신해주기에 복잡한 프로그래밍이 필요 없다.

2017년 수많은 암호화폐들 중 히트상품은 단연 비트코인이지만 상승률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압도적으로 높다(이더리움 9000%, 비트코인 1700%). 그 이유는 JP모건, 크레디트 스위스, ING, MS,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작년 초 이더리움 기반 프라이빗 블록체인 연구모임 EEA(Ethereum Enterprise Alliance)를 발족하면서 이더리움이 블록체인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더리움은 플랫폼을 공개한 덕분에 블록체인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더리움 플랫폼 기반의 앱을 'DAPP(Decentralized Application, 분산 애플리케이션)'라 부르는데 DAPP가 성공을 거두면 DAPP가 발행한 토큰의 가치가 상승하고 투자자들은 수익을 얻는다. 퀀텀(QTUM), 이오스(EOS) 등이 DAPP에서 성공한 토큰들이다. 토큰의 가치가 오르면 당연히 이더리움 플랫폼의 가치도 올라간다.

최근엔 DAPP로 만든 최초의 게임 '크립토 키티'가 대박을 터뜨리며 블록체인 게임이 또 다른 블루오션으로 등장했다. '크립토 키티'는 '포켓몬 카드'처럼 고양이 캐릭터를 모으는 게임이다. 출시 10일 만에 무려 6700만달러(7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희귀한 고양이의 경우 무려 18만달러(2억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한다. 인터넷의 보급에도 게임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블록체인 게임의 등장은 고무적이다.

코인이든 토큰이든 ICO는 투자자를 필요로 한다. 암호화폐에 돈이 몰리면서 2017년 ICO 시장은 대폭발해 거래 규모가 벤처캐피털의 투자 규모를 넘어섰다. 블록체인 ID 플랫폼인 시빅(Civic)을 설립한 비니 링햄 CEO는 "토큰이 세계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제는 아직 코인 발행과 투자에 대해 법률적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범죄 자금이 들어가도 제재할 방법이 없고, 자금 출처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할 주체도 없으며, 투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그래서 이더리움을 공동창업한 찰스 호스킨슨마저 현재의 ICO 열풍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는 "ICO 기반의 자금조달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ICO가 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돈을 빨아들이면서 각국은 일단 ICO에 철퇴를 가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연방증권법으로 ICO 시장을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한국도 ICO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중국은 이미 ICO 시장을 폐쇄했고, 러시아는 개인투자자의 ICO를 제한했다.

하지만 투기 열풍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적 요건이 만들어지고 나면, ICO에 대한 인식은 지금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ICO는 블록체인의 분산 효과를 극대화할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이를 가장 쉽고 편리하게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ICO다. 문제의 해결책은 가장 단순한 길에 있다는 '오컴의 면도날' 법칙을 상기해보면 ICO는 다른 대안이 없는 한 언젠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또 국경이 따로 없는 블록체인 특성상 ICO 수요는 풍선효과처럼 금지되지 않는 국가로 몰려갈 텐데 돈이 한 국가로 쏠리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국가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ICO 재부상을 점치는 이유다.

특히 스위스는 블록체인에 무척 개방적이어서 ICO에 관한 법적 구조를 이미 마련해놓고 있다. 입주기업 세제 혜택과 행정 지원까지 풍부해 이더리움 재단을 비롯해 자포(Xapo), 셰이프시프트(ShapeShift), 모네타스(Monetas), 싱귤러 DTV 등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취리히에 둥지를 틀었고, ICO를 하려는 기업들도 몰려가고 있다.

또 세계 최초로 국가에 의한 ICO를 추진하는 에스토니아는 자체 암호화폐 '에스트코인(Estcoin)'을 발행해 조달 자금을 벤처캐피털 펀드처럼 전자시민권에 따라 설립되는 기업을 지원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지금은 국가마다 ICO에 대한 대응책이 전혀 달라 혼란스럽지만, 언젠가 ICO가 실물자산을 가진 기업이나 단체로까지 확대되면 그때야말로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삼성과 현대차가 증시가 아닌 ICO로 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 대신 삼성코인, 현대차코인을 발급한다고 생각해 보라. 또 지방자치단체 역시 서울코인, 부산코인, 경기코인을 만들어 유치한 자금을 재정에 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양유창 기자

※(하)편에서는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의 일곱 가지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블록체인 시대의 문제점도 짚어봅니다.


정보출처 : http://v.media.daum.net/v/2018010207030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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