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석씨는 결혼 15년차에 아내에게 이렇게 머쓱한 적이 없었다. 아내를 그렇게 의심한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했다. 매일 용돈 타 쓰는 것만 봐도 아내를 믿고 있는 정도와 서로 애정지수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자신이 그 이상 더 옹졸하고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자기야 정말 미안해! 내가 당신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다 알잖아! 돌아누운 아내를 폭탄이라도 건드리듯 조심스럽게 안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한 번 더 용서를 빌었다.

그제야 아내는 눌러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원래 울음은 소리 없는 게 더 무섭다. 아내는 어깨만 들썩였다. 이 지경에 형석씨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는데, 아내가 돌아누우면서 하는 말, “여보 정말 미안해요, 사실은 그 밥 우리 쌀로 한 것도 아니야. 3일 전에 순주 엄마랑 얘기하다가,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일 때문에 오셨다가 하루만 묵으신다고 했더니, ‘그럼 이 쌀로 밥해 드려서 점수 좀 더 따!’ 하면서 준 유산균 쌀이야. 근데 유산균 쌀은 금방 한 밥보다 2,3일 묵은 밥이 더 맛이 있고, 식감이 훨씬 더 좋대. 그래서 그날 저녁에 바로 밥을 해서 따로 모셔 두고는 일부러 당신한테 얘기를 안했던 거야. 원인제공을 내가 해서 순간적으로 당신 오해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밥 한 두 술이면 알 수 있는 걸 그걸 못 참고, 어른들 찬 밥 드린다고 그렇게 면박을 주면 난 그간 그 정도 사람이었나 싶어 그게 슬퍼요!”

다음 날 아침상에서 아버님이 “얘, 에미야! 배가 고프다. 밥 좀 많이 줄래?” 하시니까, 시어머니도 “그래 나도 더 많이 퍼 다오, 밤에 잠 안자고 중노동 한 것처럼 좀 시장하네!” 하셨다. 그 때 형석씨가 아내 대신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아버지 그 밥이 유산균 쌀로 한 건데요, 우리가 사오지 못해 옆집에서 좀 얻어서 미리 해둔 거래요. 에미가 오늘 인터넷 주문하면 모래 쯤 도착할 텐데 계속 유산균 쌀만 드시도록 에미가 책임진답니다. 어머님, 제가 유산균 쌀 효과랑 요령은 따로 말씀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유산균 쌀, 맛 좋고 영양 많고 소화도 잘 돼, 면역력 높여주고, 당뇨 혈압 뇌질환 변비 비만 다 완화시킨다며! 예, 어머님, 혹시 제가 놓쳐도 010-5482-1323으로 전화하면 다 보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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