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가 있는 자리  

문장을 읽다 보면 쉼표가 있다 
그냥 지나치면 
숨이 가쁘고 흐름이 빨라진다 
때로는 뜻이 모호해지기도 하고 

젊었을 때는 몰랐었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빨리 가는 것이 싫다. 자주 쉬고 싶다 
죽을 날이 가까워서가 아니라 
살날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몸도 쉬어주어야 좋다 
쉬지 않으면 늘 푸를 것 같지만, 쉬이 사목(死木)이 되고 
쉬면 사목 같지만, 때가 되면 싹을 틔우는 
나목(裸木)이 된다 

쉼은, 
멈추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듯 
수초 속, 까만 올챙이들이 
꼬리를 흔들며 도랑물 다독인다  
흐르는 물에 끊임없이 쉼표를 찍고 있다 


(성백군·시인, 경북 상주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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