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김윤호 전문위원의 금융칼럼-

어떤 지도자나 리더 없이도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무리를 ‘스마트 스웜(the smart swarm)’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세상을 뒤바꾼 가장 영리한 집단, 스마트 스웜

 

 

 


새떼가 날아올라 헤엄치듯 하늘을 비행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새들이 주변 6~7마리의 움직임을 추적함으로써 서로 부딪히지

않고 날 수 있음을 밝혀냈다. 6~7마리씩 연쇄적으로 네트워크가 이뤄지는 것이다. 새떼가 보여준 지능은 영화제작에 먼저

응용됐다. 인간종족과 악의 군사 수십만이 전투를 하는 영화 <반지의 제왕2-두개의 탑>의 마지막 장면은 새떼의 비행방식을

활용, 엑스트라의 투입없이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집단이 지혜를 모을 때 실수는 상쇄되고,
최상의 해답이 떠오른다!

인간 조직과 곤충 집단의 행동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효율적인 조직운영의 원리를 명쾌하게 밝힌다!

단순한 자연의 원리 속에 숨겨진 가장 전략적인 문제 해결의 원칙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혁신적 저서!



2009년 예일대학교는 전몰장병기념일에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을 포함한 9명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 학위 수여식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가장 마지막 순서였다. 마침내 그녀의 이름이 불리자 청중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그중 한 무리의 학생들이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기립박수의 물결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청중 전체로 퍼져나갔다. 결국 힐러리 클린턴은 그날

학위 수여식에서 청중 전체의 기립박수를 받은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학위 수여식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청중 전체에게 받은

기립박수는 전염성 있는 행동이 수많은 개인들의 사이에서 어떤 메커니즘을 거쳐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같은 원리로,

실제로 재미있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거의 없는 공연에서도 사람들은 일어서서 박수를 치기도 하고, 정말 훌륭한 공연이 아무런

박수 갈채 없이 끝나기도 한다.


이처럼 연쇄적인 신호나 행동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동 패턴은 곤충에게서도 발견된다. 개미나, 벌 떼, 새의 무리와

같은 대규모의 집단은 어떤 지휘나 감독 체계 없이도 각각의 개체가 단순한 규칙에 따라 주고받는 상호작용만으로도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이 책은 이처럼 어떤 지도자나 리더 없이도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무리를 ‘스마트

스웜(the smart swarm)’이라 이름 붙이고, 치밀하고 섬세한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 영리한 무리의 행동 원리

속에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는 창조와 혁신의 패러다임을 발견하고 있다.


실제로 먹이를 운반하는 개미 무리의 행동은 유통과 물류의 혁신을 가져왔고, 벌 떼의 의사결정 과정은 전문가보다 탁월한

비전문가 집단의 놀라운 통찰력을 입증했으며, 흰개미는 웹 2.0으로 대표되는 정보 공동체의 핵심 원리를 제공했다! 저자는 자기

조직화, 지식의 다양성, 간접 협동, 적응 모방이라는 네 가지 원리로 영리한 무리의 행동패턴을 정리함으로써 집단지능의 과학적

원리를 밝히고 있다. 이것은 웹 2.0을 기반으로 한 위키피디아, 유튜브 그리고 최근 부각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 현상에 대한

과학적 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지금까지 대중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집단지능을 강조하는 비즈니즈 모델은 그 성공에 대한

사례 분석만이 있었을 뿐 그 과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돈 탭스코트가 지적했듯이 “자연

자체에 존재하는 역동적이고 복잡한 협력 체계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으며” 또한 “자연은 복잡계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는 일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임자는 필요없다 _ 자기 조직화

자기조직화는 원래 모래언덕의 물결 무늬나 특정한 화학 반응물질들이 결합될 때 나타나는 현란한 나선 무늬처럼 자연계에서

자발적으로 패턴이 생기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생물학자들이 이 용어를 차용하여 말벌집의 복잡한 구조나 벌과 새와 물고기

무리가 본능적으로 서로 행동을 조정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자기 조직화의 원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개미다.

개미는 단순히 더듬이를 접촉하는 행동만으로도 그날 먹이를 구하러 나가야 할지, 어디에 먹이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지나다니는 길마다 페로몬 자취를 남기고, 뒤따르는 개미들은 페로몬 향이 더 강한 길, 즉 앞서 더 많은 개미들이

지나간 길을 선택함으로써 사물을 옮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발전시켰다. 개미의 이런 행동패턴은 기업을 복잡한 업무를

 최적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전역의 1만 5천이 넘는 고객에게 산소, 액화 질소 등 다양한 종류의 가스를 판매하는 아메리칸에어리퀴드는

요동치는 에너지 가격과 수시로 변하는 생산비, 다양한 수송 방식, 불확실한 고객의 요구라는 복잡한 조건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가스를 생산하고 운송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문제를 해결한 것은 탁월한 리더십도,

위대한 경영 철학도, 복잡한 수식도 아니었다. 그것은 개미의 행동 원리를 모방하여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 그리고 수많은 정책 결정자들과 개인들은 에어리퀴드가 그랬듯이 예측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 대처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개체들에게 해결과제를

분산시키고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본능적으로 자기조직화를 하는 개미 군체의 영리한 행동 방식은 전통적인

위계조직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에게 묻지 말고, 대중에게 물어라 _ 지식의 다양성

2005년 1월,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의 부회장은 수백 명의 직원들에게 2월의 선물 카드 판매량을 예측해보라는

메일을 보냈다. 한 달 후 답장을 보낸 192명의 답의 평균값을 실제 2월의 판매량과 비교해보니 그 정확도는 놀랍게도 99.5%에

달했다. 판매량 예측을 담당했던 부서가 내놓은 답보다 거의 5%나 더 높은 수치였다. 이처럼 한두 명의 전문가가 아니라 다수의

대중의 의견을 구하는 것은 꿀벌이 새로운 집을 지을 위치를 정하는 원리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초여름 개체수가 늘어나 새로운 집을 구하는 벌의 무리에서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주위를 탐사하러 나간 정찰벌은 한 마리씩

돌아와서 서로 다른 장소를 추천하며 꼬리춤을 춘다. 모든 정찰벌들이 모든 장소를 가본 후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벌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은 주식시장과 더 흡사하다. 주식시장에서는 집단의 전체적인 판단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린다. 다른

정찰벌의 춤을 지켜보는 정찰벌은 주식 거래자들처럼 설득당해서 광고되는 후보지를 직접 조사하러 나설 수도 있다. 보고 나서

마음에 든다면 춤을 춤으로써 그곳에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 합류하는 꿀벌이 많아질수록 그곳이 선택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정찰벌이 오고가며 결정을 내리는 방식은 아주 난삽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벌들은 최상의 후보지를 결정한다. 이와

동일한 원리로 보잉사는 일반적으로 9~15개월이 걸리던 비행작동검사의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여 수십억 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식으로 문제를 본다면, 모두 같은 해답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제 해결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 머리를 하나로 모으면, 가장 영리한 개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능가할 수 있다. 즉 다양성은 능력을 낳는다고 할 수 있다. 지식의 다양성을 추구하라! 생각들의 우호적인 경쟁을 장려하라! 생각의 범위를 좁히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이용하라! 이것이 바로 벌의 집 구하기 과정에서 얻는 교훈이다.



집단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_ 간접 협동

2003년 8월 14일,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주송전선 하나에 합선이 일어나 전력 공급이 끊겼다. 언제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단순히 전력을 우회 공급함으로써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우연치 않게 근처 화력발전소도 시설

유지 보수를 위해 멈춘 상태였고 그날따라 뜨거운 날씨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 공급 체계는 불안할 정도로

취약해졌다. 급기야 오하이오 주에서 주송전선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자 복잡하게 연결된 북아메리카의 전력망은 연쇄적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미국 8개주와 캐나다 2개주의 발전소 500곳 이상이 가동을 멈추었고, 북아메리카

역사상 최악의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네트워크 과학자들의 말하는 이른바 캐스케이드cascade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캐스캐이드란 산불을 일으키는 불꽃이나 주식시장의 붕괴를 촉발하는 뉴스 같은 초기 사건이 다른 사건들을 일어나기 더 쉽게

만들며, 그 사건들은 또 다른 사건들을 더 일어나기 쉽게 만드는 식으로 계 전체로 반응이 확산되는 것을 말한다.


영리한 무리는 인간이 미처 예방하지 못한 캐스케이드 효과를 피하는 특수한 행동을 진화시켰다. 예를 들어

나미비아의 흰개미는 건조한 환경에서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와 놀랄 만큼 견고한 정교한 구조를 가진

둔덕을 만든다. 이 작은 개미가 이토록 정교한 둔덕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흰개미들이 직접 상호작용을 하는 대신

둔덕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흰개미는 자신들이 살아갈 융통성 있고 영리한 구조를

만듦으로써 수많은 개체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발전 회사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한

전력망이나 개인과 민간기업이 함께 만든 월드와이드 웹도 바로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민첩한 생각 전달 과정으로 행동을 조율한다 _ 적응 모방

2002년 개봉된 <반지의 제왕_ 두 개의 탑>의 마지막 전투장면은 일반적인 군중장면의 제작기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촬영되었다. 이 장면에서 활력 넘치는 집단의 행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스티븐 리걸로스는 새와 사람의 무리를 비롯하여

자연에서 유사한 집단들을 연구했다. 하늘을 나는 찌르레기나 기차역에 모인 사람들처럼 인물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도록

군중을 모형화한 것이다.
찌르레기는 집단 비행을 할 때, 가장 가까운 이웃 6~7마리의 행동을 추적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조정한다. 이것이 바로 영리한

무리의 네 번째 원리인 적응 모방이다. 이는 한 집단의 개체들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이 뭘 아는지에 관한 신호를

포착하면서 서로에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을 뜻한다. 그들이 그런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집단 전체의 행동을

빚어낸다. 그런 개체들이 따르는 특정한 경험 법칙들은 여전히 과학자들을 당혹하게 하지만 변덕스러운 열광, 유행, 금융

시장에서의 쏠림현상 같은 인간의 집단행동의 원리를 규명할 수 있다.

하지만 영리한 무리의 행동원리가 반드시 현명하고 올바른 결정으로 인도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 군중은 최악의

재난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막 메뚜기 집단이 갑자기 대륙 전체를 초토화시키듯이 군중은 얼마든지 어리석은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집단의 힘을 다스려 쓸 만한 정보를 솎아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혼돈의 에너지를 분출할 때 군중은

대규모 압사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고, 2009년 아이슬란드의 금융 붕괴와 같은 엉뚱한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분명 이와 같은 군중의 어두운 면까지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더욱 복잡한 환경을 염두에 두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런

복잡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조직을 운영해나갈 수 있을까? 이 해답을 자연에서

찾은 전문가, 영리한 무리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피터 밀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1992년부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선임편집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에 걸쳐 생생한 자연과

인류의 모습을 취재하고 기록했다. 영장류학자인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 설치 미술가 마크 젠킨스, 마틴 스미스와 윌리엄

힛문 등의 작가와 존 글렌, 에드먼드 힐러리 등의 탐험가들과 함께 집필 활동을 해왔으며, 내셔널지오그래픽 텔레비전의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리더나 지휘자 없이도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무리를 ‘스마트 스웜’이라 이름 붙이고, 이들의

행동 패턴을 통해 21세기 사회의 키워드인 집단지능의 과학적 토대를 대중적으로 설명해냄으로써 협동의 과학을 창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옮긴이 이한음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실험실을 배경으로 한 과학소설 《해부의 목적》으로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전문적인 과학 지식과 인문적 사유가 조화된 번역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 전문 번역자로 인정받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리처트 포티, 제임스 왓슨 등 저명한 과학자의 대표작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현재 과학 전문 저술가로 활동하며

과학의 현재적 흐름을 대중에게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 《DNA, 더블댄스에 빠지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복제양 돌리》 《인간 본성에 대하여》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 《핀치의 부리》 《DNA : 생명의 비밀》 《펄 벅 평전》 《악마의 사도》 《살아있는 지구의 역사》 《조상 이야기》 《굿바이 프로이트》 《와일드 하모니》 《생명 : 40억

년의 비밀》 《셜록 홈스의 과학》 등이 있다. 《만들어진 신》으로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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