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도 임자가 있긴 하더라" 


제주, 숨쉼 하우스를 찾으러 하루 종일 서귀포 중문 일대를 돌아다닙니다. 

내 집이라면 지금까지 찾아 다닌 많은 집 중에서 하나를 이미 결정했을 거예요. 숨쉼하우스는 찾아오실 많은 분들의 시선으로 보며 찾고 있다 보니 ㅜㅜ. 


막상 맘에 드는 정보를 보고 찾아 가보면 몇 시간도 안지났는데 저보다 빨리 가서 찜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집은 그 집에 맞는 임자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을 가 본 한 농가 주택은 처음에는 이런 집을 어떻게 하라고? 리모델링하고 인테리어 비용만 꽤 들겠단 생각에 '이 집 임자는 내가 아니라'라고 돌아서죠. 그런데 다시 한번 경험 있는 지인 함께 가면, 지인의 눈에는 여기저기 손 대면 대박이겠네라고 한 번에 알아보는 거 아니겠어요. ㅋ 역시~ 경험이 중요한 겨~~


"첨 볼 땐, 빈집이 무서워....자꾸만 보니까 탐나네"


지난 토요일에 가 본 농가주택은 1탄에서 언급한  도제랑하우스를 닮아서 탐이 났습니다. 물론 도제랑 하우스가 더 훌륭합니다. 귤밭도 있거든요. 그래도 아끼면서 다듬으면 나름대로 좋은 집이 되겠지요. 그런데 아쉽게도 이 집은 먼저 달려 간 분에게 돌아갔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오늘은 그 집을 찾아 가 보았습니다. 4채로 된 집이었는데, 오래된 3채를 철거한다고 해서요. 철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고 싶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보다 먼저 찜해서 임자가 되신 분을 만났습니다.


전주에서 인테리어 공사 하시다가 제주로 왔다고 하세요. 그분의 모습은 허름하지만 맘이 순수한 좋은 분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참 험난한 시간을 보내셨을 거라는 인상이 드는 분이셨습니다. 





"행복~ 행복^^한 임자" 


월요일에 계약을 마치셨는데  이제 들어가 살 집을 이곳저곳 수리하고 계시더라고요. 손 볼 곳이 많다네요. 그분의 모습은 땀으로 범벅이었음에도 행복해 보이셨어요. 제가 먼저 계약했다면 땀  그분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수리하고 있었을거라 생각하니, 그분의 모습에 제 모습이 오버랩 되더군요. 


근데 전혀 아쉽지도 섭섭하지도 않는 거예요. 저보다 그분에게 더 필요한 집, 제가 아니라 그분이 딱 그 집의 임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분 뒤에 간 건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 한 명 추가" 


"다음에 여기 지나는 길에 들러도 되나용?"하고 물었더니 그러라고 하시네요. 

다음엔 시원한 음료수라도 사가지고 가야지요. 이렇게 제주에서 또 친구가 생깁니다. 오늘 임자가 된 그 집에서 편히 푹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험난한 시간은 가고 항상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우리 숨쉼하우스도 어딘가에서 우릴 놀래키려고 숨어있다가 불쑥 나올 겁니다. 

집을 보는 '막 눈'이 '보는 눈'이 되면...숨쉼하우스가 "나 여기 있다"하며 나오겠지요.

집은 임자가 있어요^^ 그래서 무리한 욕심을 부리기 보다 순리대로 갑니다. 


"여호와 이레...하나님께서 준비해 두셨습니다."



라 쁘띠 메종^^ 작은 집^^


그분들은 프랑스에서 제주로 쑹~하고 날아왔어요.

어쿠~ 나는 프랑스어도 모르는데...

다행인 게, 그분들은 프랑스에서 입양인 사역을 하시는 한국인, 정 목사님 부부입니다.




3년 전부터, 프랑스가 방학 기간 중에만  제주도에 오셨습니다.


제주도에 오셔서 빈집을 빌리셨어요.

3년 전만 해도 빈집이 많아서 선뜻 빌려주시는 분들이 많았답니다. 지금은 외지분들이 농가주택에 꽂혀서 농가주택을 원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네요.  이제는 돈 싸가지고 다녀도 구하기 어렵습니다.


목사님 부부는 빈집을 이곳저곳 수선해서 사용하시는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주무시고 사시는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루 반나절 방문객인 우리에겐 그분들의 불편함조차도 이국적이고 분위기가 업 되는 곳, 제주에 숨겨진 프랑스 시골집...이름 그대로  작은 진짜 아담한 집...이었어요.




앞쪽에 창문이 많은 공간은 전시장 겸, 식탁 겸, 거실입니다. 목사님께서 손수 작업 하신 공간입니다. 지붕을 얇은 아연 철판만 덮은 거라서, 비가 올 때는 '통통, 두두둥...'  요란한 소리가 난데요. 하루 밤 주무시거나, 방문 하신 분들에게는 요란한 소리 라기보다는  비들의 오케스트라로 들릴 것 같습니다. 참 낭만적이겠지요~


프랑스 목사님 부부는 불편함조차 행복해 하시네요.



3년 전에, 두 분이 제주도에 오신 이유는 프랑스 입양인 사역의 재정을 스스로 충당하셔야 하셔야 하기 때문인데요.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보낸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면 입양아가 아니라 입양인으로 불린다네요.


그런데 성인이 되면서 '난 누구?'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네요.


"나는 프랑스인?"

"아니면 한국인?"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넌 한국인"이라고, 프랑스인으로 대접 받기 힘들데요.

한국에서는 "넌 프랑스인"이라고 하고요.

정부조차도....


성인이 된 아이들은 "뿌리"를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생긴 데요.

막상 한국의 친부모를 찾게 되면, 얼싸안고 반가운 것도 시간이 지나면 갈등이 생기는 거죠.

프랑스 문화에서 자란 입양인들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생겨서라네요.


성인이 된 아이들은 이렇게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당하며, 정신적 고통으로 삶이 망가지기 쉬운 상황에 놓인다네요.


내가 원하지도 않은 상태로 다른 나라로 입양을 가서 이런 상황이 된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목사님 부부는 그분들을 케어하는 사역을 합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에서도 입양인 사역을 선교라고 여기는 분들이 적어서 도움을 받지 못하나 봐요. ㅜㅜ


그래서 목사님 부부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제주도에서 재정을 스스로 마련하기  베이스 캠프를 세울 생각하게 되신 거죠.


무엇으로?

사모님께서 프랑스 요리를 잘하신데요.

목사님은 그림을 잘 그리시고, 프랑스에서 모은 프랑스 소품도 이삿짐 대신 잔뜩 가져 오셨네요. 소중한 소품을 필요한 분들에게 판매해서라도 재정을 마련하시려고요.



프랑스 목사님 부부가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해주셨습니다.  제주의 시골 마을,  상명리라는 곳에 라쁘티메종이 있었어요.  


작은 집이지만 궁궐이 부럽지 않은 사랑과 정성, 사람 내음이 이곳저곳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로운 집이었습니다.


우리 주님의 숲, 숨쉼 하우스가 도우려고요. 아직 우리 하우스도 마련하지 못했지만 꼭 그 일을 할 겁니다.



작은 텃밭이지만, 프랑스에서 가져 온 씨앗으로 가꾸신 프랑스 밭입니다.  목사님께서 우리 저녁에 사용할 꽃이나 잎을 직접 따시고 계시네요.


사모님께서 요리를 하시는 동안, 동네 할머니께서 몰래 무언가를 건네 주고 가셨어요. 

밭에서 거둔 먹을 거리를 갖다 주신 거래요. 상명리 어르신들 감사합니다 꾸벅~~


프랑스식 자연식 만찬...

프랑스에 가서 먹은 프랑스식 음식은 아니지만, 제주에서 프랑스를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이  방안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이 프랑스 집에서 가져 오신 거라네요. 식탁 의자도^^ *** 


제주 여행? 제주 관광?

주님의 숲, 숨쉼 하우스에 오시는 분들을 모시고 가야 할 필수 코스입니다.

관광하기 마시고, 의미 있는 여행하세요.

제주에 숨겨진 보물...사람, 자연, 삶을 찾아 보세요.


제주스러운

시골스러운

사람스러운

프랑스에 가지 않고도 프랑스를 만날 날이 곧 다시 왔으면 좋겠어요.


정 목사님 부부를 만나는 것이 프랑스를 만나는 거니까요.




프랑스 목사님 부부는 며칠 전, 뱅기를 타고 다시 프랑스로 가셨어요. 겨울에 다시 오시기로 약속하시고요.


보고 싶어요.

기다릴께요.

함께 할께요.




프랑스에서 눈물로 사랑을 흘리실 걸 생각하니, 우리 눈에서도 원격으로 하신 건지...눈물이 핑 돌아요...


(이 글을 프랑스에서 읽으시고...새벽 1시에 연락을 주셨으니...알림 소리에 잠이 깨서 보니 '겨울에 와서 더 맛있는 것 해 드릴께요'라고 답이 왔어요...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겁습니다.^^)










아직 주님의 숲, 숨쉼 하우스는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앞으로 주님의 숲, 숨쉼하우스


만들어지는 과정을 


차근차근 이야기 할 거예요~






주님의 숲, 숨쉼 하우스는 


자본만 있으면 뚝딱 멋지게


지어지는 곳이 아니거든요~




우리 하우스에 찾아 오는 분들이



"내가 오고 싶던 곳


내가 살고 싶던 곳


내가 쉬고 싶던 곳"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


이런 곳이 어떤 걸까


고민하며 기도하며


준비하는 중이랍니다^^







지치고 피곤한 영혼과 몸이 갈 곳 없어


허무와 좌절로 방황하며 죽어가지 않게 돕고 싶습니다.



깨지고 상하여 아무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 영혼이


온전해지도록 돕고 싶습니다.




주님의 숲, 숨쉼 하우스는 


바로 그 집이 되려고 합니다.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아빠라고 불러도 돼요?!"





"그래~~ 그러렴~~"




이런 곳이 되게 하소서, 주님~






이제 제주도를 한 걸음씩 찾아갑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구석구석을 찾아 갑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함께 써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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