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중심시대] - 수요자 중심의 지역인력 양성 방안-삼성경제연구소 박용규


지역혁신체계에서 인력의 비중은 어느 다른 요소보다도 중요하다. 지역전략산업 분야의 필요 인력을 적시에 공급하고 이미 배출된 인력을 재교육하여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는 것이 현재 우리의 당면 과제중의 하나이다. 특히 산업기술 인력을 공급하는 공학교육의 양적, 질적 미스매치(mismatch)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학인력의 배출규모는 OECD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크지만 산업별, 기업규모별 인력수급의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산업기술 인력 양성의 양적, 질적 미스매치는 획일적이고 공급자 중심의 인력양성 시스템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캐치-업(catch-up)시대에 적합한 공급자 중심의 인력양성 체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지식산업시대에 적합한 산업 수요자 관점이 시급한 실정이다. 수요자 관점이란 추가적인 교육훈련 없이 산업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말한다. 즉, 산업의 양적, 질적 요구에 부합하는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산업환경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력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인력양성을 위해서는 인력의 공급주체인 대학과 수요자인 산업, 촉진자인 정부 등 3개 주체가 보조를 맞춰서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대학 입장에서는 배출되는 인력이나 연구개발 결과가 목표로 하는 영역을 분명하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즉, 대학이 목표로 하는 수요처가 지방인지 아니면 전국인지, 중소기업 중심인지 대기업 중심인지, 범산업 분야인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인지 등을 구체화하여 대학의 전략유형을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략유형은 대학의 전반적인 전략방향으로서 전공이나 프로그램 등을 어떤 분야, 규모로 차별화 할지를 제시하는 모습(configuration)이다. 모든 대학에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유형은 없으며 각 대학이 지역산업 환경이나 자체의 핵심역량을 고려하여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요자인 산업 입장에서도 인력양성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인력양성기관에 대한 투자를 다양화하고 확대함과 동시에 인력양성기관의 산업 기여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하여 피드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한 니즈를 구체화하여 발신하는 역할이 다소 미흡했다. 수요자의 요구를 인력양성기관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니즈와 이해관계를 종합하고 조율할 수 있는 연계조직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산업계의 단편적이고 분산된 목소리는 인력양성 방안에 오히려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10개 주요 산업별로 설치되어 있는 인적자원개발협의체(SC: Sector Council)를 지역단위로 확대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각 지역별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SC를 설립하고 테크노파크나 지역전략산업산업기획단 등 지역산업 진흥조직이 전략산업 SC의 니즈를 수렴하여 인력양성기관이나 지원기관에 체계적으로 전달한 다음에 그 결과를 다시 피드백하는 것이다.


공공부문도 수요자 중심의 인력양성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나 과기부, 산자부 등 중앙정부는 대학의 전략유형에 적합한 차별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서는 지역전략산업의 인력수급 구조와 필요로 하는 인재상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인력양성기관에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전략산업 분야의 유능한 신규 인력과 기술의 공급,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인력의 업그레이드 여부가 지역산업 활성화의 핵심 성공요인이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