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3 조선일보 기사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었다.

이스라엘 창의·영재교육의 대가인 헤츠키 아리엘리(Arieli) 글로벌엑설런스(GE) 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한국 교사, 교수, 공무원을 만났는데 모두 우리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말만 외칠 뿐,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제 학교에서부터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한국 교육이 아이들 창의성을 키워주려면 정책가들이 진짜 실용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밤늦게까지 주입식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행복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학생은 호기심이 사라져 결코 창의적이 될 수 없다. "9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해선 창의성을 키울 수 없다"면서 "차라리 오후 4시 이후엔 학교를 닫는 게 낫다"고 했다. 아리엘리 회장은 이스라엘 영재교육 기관 ICEE와 이스라엘예술과학아카데미(IASA)를 설립한 영재교육 전문가다.창

아리엘리 회장은 한국 학생들이 학력은 높은 반면 창의성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학교 교육이 시험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시험은 누구나 돈 주고 사거나 베낄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아는지 평가하고 교육도 그에 맞춰 한다"면서 "아이들이 삶에서 성공하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시험 잘 치려고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학생들이 자기만의 지식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요구하는데 "한국은 미래를 준비해야 할 아이들에게 과거 방식으로 교육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 학교 교육을 "아이가 수영장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교사는 양동이로 계속 물을 퍼붓는 모습"으로 비유했다. 넘치는 정보의 바닷속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정보를 분석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 더 많은 정보를 주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수업을 재미있게 바꿔야 한다. 그는 수학의 '거듭제곱' 개념을 게임처럼 가르치는 방식을 보여주며 "수학 공식을 외우는 게 아니라 수학적 사고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의성은 당장 가르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들에게 자유를 줘야 키울 수 있다"면서 "학교의 모든 커리큘럼을 그렇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아리엘리 회장은 "한국 교육에 '하브루타'를 적용하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하브루타는 두 명이 짝을 지어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이스라엘 전통 교육 방식이다. 그는 "이스라엘 부모들은 애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어땠니?'라고 묻지 않고 '오늘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묻는다""교사는 학생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허용하고, 질문에 결코 답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질문과 토론의 일상화가 이스라엘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디지털타임스

사교육이 창의성을 저해한다? 설득력 없어.. 더 큰 문제는

"사교육, 창의성 저해" 설득력 없지만
공교육 무력화·정서발달 부작용 우려

사교육을 시키면 아이들의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책연구소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사교육을 1주일에 1회 더 받으면 창의성 점수가 0.563점 떨어진다는 것이다. 창의성을 길러주려면 아이들을 사교육 학원에 보내는 대신 독립심을 길러주고, 가정을 화목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의의 의지는 이해가 되지만 설득력은 없는 주장이다. 알량한 창의성보다 당장 쓸모가 있는 성적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폐해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과도한 사교육은 공교육을 통째로 무력화시키고, 사회적 격차도 고착화시킨다. 심지어 사교육 때문에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있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도 지나친 사교육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교육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사교육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정상적인 생활은 그림의 떡이다. 제 때 식사를 챙겨 먹을 수도 없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도 없다. 정상적인 신체 발달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비만이나 소아당뇨 등의 만성 생활습관병에 걸리는 아이들이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서 발달에도 문제가 생긴다. 끊임없는 경쟁의 압력에 짓눌려버린 아이들이 산만해지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남과 원만하게 어울리기 위해 필요한 사회성도 떨어지고, 인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다. 돌이키기 어려운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에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물론 창의성도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성적에만 집착하는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의 위험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교육이 나쁘다고 무작정 우길 수는 없다. 공교육에서 제공하지 않는 특별한 재능이나 소양을 길러주기 위한 정상적인 사교육은 절대 탓할 수 없다. 세계를 놀라게 한 김연아·손연재·박인비가 모두 그런 사교육으로 성장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에게 무작정 암기식 문제풀이와 선행학습을 강요해서 성적이 올라가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엉터리 사교육이다.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고약한 상술이 동원된다. 그래서 우리말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유아에게 영어 교육을 강요하고, 초등학교 산수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중학교 수학을 억지로 가르친다. 사실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사교육 자체가 아니다. 공교육을 무력화시키는 사교육의 교육 내용과 맹목적 암기식 교육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공연히 학부모의 불안을 부추기는 사교육의 공포 마케팅도 문제다.

어설픈 '과학'을 앞세운다고 학부모의 불안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1주일에 1회의 사교육을 더 시키면 창의성 점수가 떨어진다는 육아정책연구소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창의성이 나이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발달한다는 근거는 없다. 조사 대상 어린이의 평균이라는 16.43점 중에서 0.563점은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어설픈 뇌과학으로 사교육의 부작용을 밝혀내겠다는 언론의 시도도 황당한 것이다. 

사교육 광풍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고등학교를 다양화하고, 대학입시를 뜯어고치는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로 분명하게 확인한 사실이다.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빼앗고, 대학을 평준화하겠다는 어느 대선 캠프의 정책도 황당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것이다. 공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엉터리 수능도 폐지해야 한다. 출신 대학의 이름과 전공만으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인재를 평가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만 가능한 일이다. 학부모가 정말 원하는 것은 자식의 대학입학이 아니라 성공이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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