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정사  
 
정갈하게 빗은 머리는 밤마다 풀어헤치고 
속살이 훤히 보이는 실루엣을 드러내는 
연분홍의 가운을 입고 기다리는 여인  
 
밤은 너무도 잔인하게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홀로 감당해야 하는 정조를 지키는 
여인이 아님에도 페로몬 향기를 뿜어내며 
밤마다 온몸으로 진저리를 치는 여인  
 
젖가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달빛 
무릎과 무릎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서늘함 
요염한 자태로 밤의 정사를 맞이하고픈 여인  
 
밤은 너무도 잔인하게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갈증으로 애달프게 신음을 내며 
유혹하는 밤의 정사를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에 꼿꼿하게 세워진 몽우리를 잠재운다 
 
글 캘리그라피 /
도연 박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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