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앓이

1.
내가 가는 길엔 언제나 사람들이 반겨주었지
만나던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은 아니었어
내가 가는 길엔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라진 않았어
가슴 아프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햇살처럼 따스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젠 
사람 앓이를 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물러 설 길이 없어

2.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만 만날 수 없다는 것도 알아
사람 앓이를 해야 좋은 인연을 찾을 수 있지만
마음을 감추는 사람아 생각을 감추는 사람아
내게 다가오지 마라 그런 사람과 마주 앉는 것도 
교감 한다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나 이젠 상처로 남는 사람 앓이 그만 하고 싶어

글 / 캘리그라피 
하루애 박정숙





홀로 울고 있는 여인  
                                             
하얀 병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침대, 
하얀 시트위에 하늘색 담요를 뒤집어쓰고 아픔을 혼자 끌어안고 가족 모르게 울고 있는 아픔을 감싸 안아주지 못한다면 차라리 묵묵히 바라만 보아 주자.

혼자 견디기 힘들어 어두운 밤에 홀로 울어야 하는 내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나 했을까.
내 아픔을 혼자 감당할 때는 이유 없이 혼자 아파하지 않는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가슴 벅찬 언어의 음률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은 참 어리석게도 그렇게 쉬운 말 한마디를 마음과 다르게 구박도 아닌 밉상의 말을 늘어놓는다.

상처를 입히는 것은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상처가 더 큰 법이다. 
체내의 구석구석에만 면역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과 생각이라는 것에도 면역력이 필요하다. 
외관상으로 보이는 상처에는 약을 바르면 되지만 마음에 생기는 생채기는 쉽게 가시질 않는다. 

병원 외부 작은 공원에 산책 나갔다가 만난 어느 여인이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다. 
오늘 내일 하는 친정엄마, 감기 몸살로 아프다는 시어머니, 무조건 시어머니 말에 복종하는 남편.
어느 쪽에서도 말할 수 없었다. 딸이었고 며느리였으니까 그리고 내 딸이 있고 며느리가 될 테니 말이다. 

마음의 생채기가 흔적으로 남은 검붉은 빛의 심장, 상처!

겉으로 들어나는 상처보다 심장에 박히는 생채기가 더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 없이 뱉어내는 말
그래서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못하고  아픔을 끌어안고 홀로 울게 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지 말자.




글 / 캘리그라피
하루애 박정숙


인생은 미완성 
 
잊지 말아요
아직 우리는 젊은
인생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
살다가 힘들어 지치면
잠시 쉬어가는 삶이 아름다운 거잖아요 
 
나이 들어간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살면서 도움이 될 수 없는 것들은 잊고 살아요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잖아요 
 
하얗게 변한 머리와 깊게 패인 주름은
우리들이
살아 온 흔적으로 곱게 남겨 놓아요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우리들의 인생은 멋있었다고 얘기해요 
 
절망하지 말아요
슬퍼하지 말아요 남아 있는 시간들에
아름다운 인생을 수놓기 위해 우리는
인생의 미완성을 채우며 살아가면 되는 거잖아요 
 
글 / 캘리그라피
하루애 박정숙

 

<지난 2월에 가곡 합창곡에 응모하였던 글, 가을에 음반으로도 나옵니다.>

 

+ Recent posts